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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있어 자립생활이란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시력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나 시력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하고 싶은 것, 해야할 일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복지관 등에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자립생활기술 훈련 프로그램에는 점자교육, 컴퓨터교육, 보행교육이 있다. 지금부터 시각장애인의 3대 자립생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점자 읽고 쓰기, 컴퓨터 활용능력, 보행기술이 시각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고, 시각장애당사자로서의 사견을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점자교육은 시각장애인으로서 일반글씨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점자라는 문자매체를 익히는 과정이다. 모든 중증시각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소리로만 정보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자라는 아동들은 응당 알아야 하는 맞춤법에 취약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정확한 지식을 얻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라면 점자 사용을 하는 것이 바른 맞춤법 습관과 정확한 지식을 얻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중도실명 시각장애인들의 경우에도 촉각이 특별히 둔화된 당뇨환자가 아니라면, 섬세한 촉각을 단련하는 점자 읽고 쓰기를 통하여 촉각을 통해 정보를 구조화하는 방법을 익혀보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중요한 자립생활기술은 컴퓨터를 익히는 것이다. 컴퓨터로는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각의 결핍을 대체할 만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컴퓨터로 즐길 수 있는 미디어매체들은 단연 간접적 경험의 장이 되고, 소통의 통로가 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사실 컴퓨터는 일일이 점자로 된 자료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점자에 비해 효율적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보행기술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흰지팡이는 자립의 상징이라는 말이 있다. 앞에 언급한 점자나 컴퓨터 활용능력은 개인이 아무리 역량이 띠어나다 하더라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보행은 일단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기술만 익혀놓으면 개인이 원할 때 언제든지 사용 가능하다는 특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첨단기술의 혁명으로 매일매일이 새로워지는 시대, 있는그대로의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처한 환경상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는 중요한 것은 외부의 변수에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본인만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든 경우로 얘기해본다면, 한마디로 흰지팡이를 사용하여 낯선 곳을 다닐 수 있는 용기와 끈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이질감을 느끼더라도 나의 이동권을 위해 흰지팡이를 당당하게 꺼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각장애로 인해 보이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다른 사람의 도움만을 우선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흰지팡이를 들고 능동적으로 움직여본 후에 내가 진짜 필요로 하는 도움이 어디까지인지를 인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시험해보는 끈기가 필요하다. 이미 의존한 상황에서 약자로써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익숙한 삶보다는, 내가 먼저 해보고 내게 진짜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나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나서는 삶이 당당한 개인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 되는 것 아닐까?

나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인데, 유년 시절에 색깔과 큰글씨만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다가 시력이 점점 나빠져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빛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흰지팡이를 들고 자신있게 다닐 수 있는 지금, 내겐 보행하면서 생기는 잦은 실수보다 길을 걷는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더 크다. 햇볕의 온도, 바람결에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와 냄새, 평평한 인도 위에서 유도블럭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딛어가는 안정된 느낌 혹은 가끔 모험을 하게 만드는 계단이나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의 스릴, 스쳐가는 음악소리, 가끔 내 길의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는 도로 위 자동차 소리, 저마다 다양한 걸음걸이로 가지각색의 분위기를 풍기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 그 다채로움 속에서 나의 길을 걸으며 풍경의 일부로 어우러지는 내 모습이 좋다. 그렇게 흰지팡이를 짚고 걷는 길은 나에게 매일매일이 다른 세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장이며, 내가 충분히 알아갈 때까지 묵묵히 변함없이 기다려주는 내 진실된 벗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부족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사람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에 대해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좀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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